민족시보 제1167(09.09.15)


<독서안내>

  '가집 일족의 무덤'

    김하일 지음 (가게서방 2000)

 

    단가와 가인의 관계, 또는 작품과 작가의 관계를 생각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이 책의 표제명 '일족의 무덤' 연작의 모두에 배치된 31문자를 신문의 가단에서 발견했다고 치자.

  "양친의 무덤에 먼저 귀국했다는 보고를 하고 손을 모은다(군마현) 김하일"

  다만 이것만을 되풀이 묵독하고 한번이라도 목소리를 내어보면 나의 상상력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왜냐하면 이 노래에는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부드러운 힘이 있기 때문이다.

  김하일은 재일조선인 한센병 회복자로서, 맹목의 가인으로서, 이중 삼중의 차별 속에서 장절한 노력 끝에 점자를 혀로 읽는 '설독'을 배우고 노래를 읊어온 가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가집은 제2가집이 된다.

  그러나 이 가인에 붙은 '무엇 무엇이다'라는 노래의 좋고 나쁨은 역시 결정적 관계를 가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김하일이 읊는 노래, 그것이 뛰어나다면 김하일은 가인이다라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이 가집을 맛보면서 숨을 죽이고 한숨과 함께 실감한다.

  그렇지만 가집 모두의 가위 소리, 제비와 참새들의 지저귐, 남북철도 연결의 뉴스에서 흘러나온 박수와 함성의 감응은 맹목  가인의 소리에 대한 잘 갈아낸 엄숙한 집중이 전해져 와서 보청기를 둘러싼 노래의 재미를 깊게 한다.

  '사는 보람'이라는 제목의 연작은 조선학교 학생들과의 교류이다.

  "삶의 보람은 심정을 모두 노래에 읊고 가집 몇 편으로 엮어 가는 것"

  재일조선인으로의 긍지, 결심을 노래하고 있다. 조국통일에 대한 마음은 절실하다.

  "지금까지의 북과의 융화정책은 조금 더 계속해다오"

  그리고 한센병 후유증, 늙음과의 이인삼각, 간호사, 간병사들과 하는 삶의 노래, 이 너무나 정채있는 말들.

  한국의 산소에 대한 결코 편하지 않는 여행의, 진혼의 노래.

  "형 무덤 양친 무덤 우리 무덤 일족의 무덤 산에 늘어서다"

  '형의 전사'라는 제목의 연작은 역사에 남을 명작일 것이다.

 "전사한 형은 유족도 모르는 사이 야스쿠니신사에 모셔놓고"

"타국의 강요로 끝까지 가네오카 성을 자칭하다 전사한 형"

  단가와 가인의 관계는 역시 보통수단으로는 안된다. 다만 모든 사람이 가능성에 있어서는 작가라 하더라도 작가일 리가 없고 재일조선인이기 때문에, 한센병 회복자이기 때문에 뛰어난 가인일 수가 없다. '가집 일족의 무덤'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었으면 한다. 

    (황영치)


[HOME] [MENU] [지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