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보 제1140호(08.07.15)


<독서안내>

 '광주의 5월'   송기숙 지음, 김송이 옮김

  후지와라 서점 3600엔

  아우슈비츠 후 유대인 정치철학자 한나 아랜트는 '조직화된 죄'라는 논문에 이렇게 썼다.

 "불안에 떨면서도 마침내 인간은 어떤 일이라도 할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 것이다-그리고 이것이야말로 현대의 정치적 사고의 전제조건인 것이다"

  이 말은 한없는 의미를 담고 전쟁, 테러, 학살 등 '설마 인간이 그런일까지…'라고 한숨을 쉴 만큼 잔학한 정치폭력의 실재를 보여준다. 동시에 그에 대한 인간의 '믿을 수 없을'만큼의 저항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광주민중항쟁을 주제로 한 이소설에 비류가 없는 것은 광주에 투입된 정예군 부대 공수특전단(이 책에서 '공수단'으로 번역되고 있는데 역사적 사실에 따라 공수단으로 한다)에 의한 민간인 학살-시민의 저항-광주 커뮨-또다시 학살, 진압이라는 1980년 5월을 중층적으로 그려내고 있는데에 있다.

  항쟁 당시 저자는 광주 전남대학 교수로서 '시민수습위원회'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전두환 신군부세력은 그를 항쟁의 '주모자'로 날조하여 1년간의 투옥(98년에 무죄확정)생활을 했다. 석방후 '현대자료연구소'를 조직하여 항쟁에 참가한 700명과 면담, 방대한 증언집을 엮었다.



  소설의 제2장의 클라이막스. 전남도청을 포위한 시민을 조준사격하는 공수단. 그 총 앞에서 잇달아 뛰어나와 "너희들은 어느나라 군대냐?"고 외치면서 사살되는 청년들이 그려진다. 광주시민의 집단적 기억이 저자의 피를 토하는 활동으로 부활하여 바로 '사실'로서 기록된 것이다. "어떠한 것도 할수 있다"는 인간드라마에 자신도 인간임을 "불안에 떨면서" 인간인 이상 당사자라는 사실을 면할 수 없는 냉엄한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이 제시하는 또하나의 문제는 '화해와 복수'이다. 상징적이야기로 공수단원에 강간당해 마음이 병들어 고향 바다에서 목숨을 끊은 여성과 같은 바다에서 익사한 공수단 장교가 '영혼 결혼식'을 올린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이론이 있으며 반발도 있으나 고뇌끝의 화해가 함께 '피해자'였다는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한편 소설에서는 진짜 가해자인 발포명령자 처단이 암살로 실행된다. 소설의 주인공도 또 그것을 준비하고 있다. 현실로 광주대학살 명령자인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사면, 복권되고 전직 대통령으로서 새 대통령 취임식에는 빠짐없이 단상에 앉는다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있다. 그리고 진정한 가해자인 미국이 있다. 그들의 사면을 피해자들은 인정했는가. 그들은 가해 책임을 졌는가. 책임지지 않았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소설은 일단 막을 내린다. 남은 것은 우리들 독자이다.

  (황영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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